목.허리디스크

[건강]IT시대의 괴로움, 목 놓아 우는 ‘목’

수원아지매* 2011. 6. 23. 22:40

[건강]IT시대의 괴로움, 목 놓아 우는 ‘목’

컴퓨터·스마트폰에 자라목 돼
경추염좌 만성화 땐 목 디스크

경향신문 | 박효순 기자 | 입력 2011.06.23 21:06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대전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부메랑'이 당신의 목을 겨냥하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 작업이 많은 직장인 정모씨(42)는 얼마전부터 어깨가 무겁고 목이 아프며 뻐근한 증상이 나타나 고생이 심했다. 며칠 전에는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목이 심하게 아프고 고개를 돌리기 어려워 쩔쩔맨 경험도 있다. 두통까지 있어 몇차례 진통제를 사먹었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척추 전문병원에 갔다. 의사는 정씨의 목 부위에 X-레이를 촬영하는 등 검사를 거쳐 '경추 염좌(목뼈 삠)'라는 진단을 내렸다.

보통 사람들은 흔히 경추 염좌가 추돌 등 교통사고나 운동하는 과정에서 목 부위에 충격을 받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발목이나 손목이 삐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생각하는 것이다. 정씨의 경우도 "크게 충격을 받은 경험이 없는데…"라며 의아해했다. 의사는 "교통사고 같은 외상으로 경추가 심하게 늘어나거나 굽어지면서 경추 염좌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줬다. 목이 앞으로 나오고 어깨가 숙여진 체형이라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김승범 교수는 "목 근육이나 인대가 장기간의 과긴장 상태로 피로해 있는 상태가 지속되면 목을 움직일 때 통증을 느끼게 되는 염좌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직장인이 근무 중 목부위 통증으로 괴로워하며 잠시 쉬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추 염좌로 목뼈를 지탱하고 있는 인대나 근육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주변 근육과 인대가 그 역할을 보완하느라 과도한 부담을 안게 된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팔이 저리는 목 디스크 증상이 나타나고, 비정상적인 근육이나 인대가 뇌로 가는 혈관을 눌러 머리를 옥죄는 듯한 두통과 만성적인 어깨통증도 생긴다.

초기 증상의 경우 원인을 피하고 며칠 간 휴식을 취하거나 적절한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으로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목의 통증이 자주 재발하거나 1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원인이 목 부위의 근육이나 인대가 아닐 수 있다. 두통이 있거나, 날개뼈의 통증, 등과 목의 연결부위 통증이 심할 때 경추 염좌가 만성이 되어 목디스크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손이 저릿저릿하거나 팔에 기운이 떨어지고 손을 쥐는 힘이 약해진다면 목 디스크의 신호다. 이런 증상이 시작된다면 서둘러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X-레이 소견상 정상적인 목뼈의 곡선(C자형)이 소실되었거나, 경추 목뼈들 사이의 디스크 간격이 일정치 않다면 목 디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다 정밀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의들은 경추 염좌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조작할 때 잘못된 자세를 거론한다. 대표적 사례는 무의식적으로 목을 앞으로 빼는 것이다.

일산 튼튼병원 척추센터 전인호 원장은 "일반적으로 목을 1인치(2.54㎝) 앞으로 내밀면 머리 무게에 의해 뒷목 근육에는 20㎏ 정도의 부하가 가해진다"고 밝혔다. 목이 앞쪽으로 나올수록 부하가 커진다는 것이 전 원장의 설명이다. 이는 목 부위의 통증을 유발하고, 일자목이 되는 원인이다. 굿스파인병원 박진규 원장은 "일자목이 되면 목의 충격완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외부충격 시 목뼈와 머리에 직접 충격이 전달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목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도 압력을 받는다. 결국 목 디스크(경추간판 탈출증)로 악화된다.

자신의 목선이 정상인지를 알아보려면 목부위 X-레이 촬영을 해보는 게 좋다.

목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목을 자주 움직여줘야 한다. 앉은 자세에서 천천히 앞으로 숙이고, 뒤로 젖히며,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바라보며 근육을 이완해주는 운동을 수시로 해준다. 목 근처가 뻐근하다고 턱을 괴는 것은 좋지 않다. 더욱이 한손으로 턱을 괴면 목이 한쪽으로 더 기울어지면서 염좌를 더 심하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모니터 조정도 필요하다. 눈 높이 아래의 모니터를 응시하다 보면 목은 저절로 앞으로 빠지게 된다. 따라서 모니터를 눈 높이에 맞춰 올려야 한다. 모니터와 눈높이가 맞으면 자연히 머리는 뒤로 당겨지고 목 뒷부분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잠자는 시간에 오랫동안 사용되는 베개의 높이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목이 앞으로 튀어나왔을 때 특히 조심할 것이 높은 베게다. 목뼈의 모양을 일자형으로 유도해 목의 신경과 혈관을 더욱 압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경추디스크 방지용 전용베개를 베거나 아니면 수건을 돌돌 말아(지름 10㎝ 정도) 목에 받치고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