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초대음식

[스크랩] 한여름 소낙비같은 김수미의 음식선물

수원아지매* 2010. 10. 29. 21:26






즐거운 날, 우울하고 ‘껄쩍지근한’ 날에도 효재에 음식 해 들고 오는 김 수미

그렇잖아도 동네 찻집인 양 늘 찻손님들로 북적이는 서울 삼청동 한복집 효재 가 오늘따라 불난 호떡집 저리 가랄 정도로 떠들썩하다. “며칠 후 음식 싸 갖 고 갈 테니 친한 친구들 다 불러놔.” 배우 김수미의 전화 한 통에 그녀의 소 문난 전라도 요리 솜씨를 맛보고 싶었던 이효재의 친구들이 죄다 모인 것이다. 한창 영화 홍보와 영화제 일정 등 바쁜 스케줄로 지쳐 있을 때였지만 늘 그렇 듯 김수미는 가까운 이에게 음식 선물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특별히 기쁜 날, 우울하고 ‘껄쩍지근한’ 날이면 효재를 위 해 음식 챙겨주는 걸 전부터 즐겨했다나. 직접 오지 못하면 하다못해 국수라도 삶아 다른 사람 편에 삼청동으로 보낼 정도다. 그리고 또 이렇게 문득 음식을 보내듯 효재를 집에 불러 한 끼 식사로는 과하다 싶은 성찬을 차려내곤 한 다.

점심때가 되자 몇 꾸러미나 되는 음식 보자기를 들고 김수미가 들어선다. 수용 가능 인원을 초과한 자그마한 한옥집은 음식 맛보러 놀러온 사람들로 진작부터 들썩였다. 각종 묵은 김치와 장아찌, 떡잡채와 꽃게장, 쌈 채소와 살짝 쪄낸 호박잎, 보쌈에 쌈장과 젓갈류까지 맛깔스런 음식들! 찬합에 담긴 밥과 누룽지 까지 상에 오르자 모인 이들 모두 탄성을 자아낸다.

“김수미 선생님의 음식은 간간짭짤하면서도 개운해요. 이렇게 많은 음식들이 죄다 깊은 맛이 있어서 하나하나 먹다보면 늘 과식을 하게 되죠. 그래도 먹이 는 일을 저렇게 흐뭇하게 여기시니, 선생님의 음식 인심은 타고났나 봐요. 선 생님 집에 사시사철 떨어지지 않는 음식이 묵은 김치와 나라스께(술지게미로 만든 일본식 오이절임), 굴비 장아찌인데 특히 삭힌 것을 좋아해서 묵은 김치 를 얼마나 많이 저장해두는지 몰라요. 매해 김장 김치를 산에 묻어 두었다가 여름에 어느 지역 수해 났다는 뉴스를 보면 저 사람들 컵라면 먹을 때 얼마나 입이 깔깔하겠냐시며 김장 김치 몇 박스를 수해 지역에 보내곤 하시죠.”

대가의 솜씨 부럽지 않을 만큼 음식에 대해 일가견을 가진 김수미 눈엔, 늘 이 한복집에서 비단과 무명에 묻혀 지내는 이효재가 여 리디여린 막냇동생처럼 보이는가보다. 이미 장안에 야무진 살림과 음식 솜씨로 소문 자자한 동생이건만 여전히 아이처럼 취급한다. 요리책 『자연으로 상 차 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이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어도 소용없단다. 집에 초대해서도 “효재 너는 가만있어라”면서 커피 한 잔 못 끓이게 할 정도라고. “그래도 제 식성 까다로운 것 알고 때때로 이렇게 음식 배달을 해오시 니, 생각하면 마음이 아릴 정도로 고마워요.” 덕분에 만년 오월이가 이렇게 공주님처럼 입 호강을 한다며 이효재는 점심 내내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1 보자기에 몇 꾸러미나 되는 음식을 싸들고 삼 청동 효재를 찾은 김수미. 10명이 너끈히 먹을 만큼 푸짐하게 들고 온 음식들 을 보자 효재에 모인 사람들은 한여름 소낙비를 만난 듯 즐거워했다.
2 찬합에 밥을 싸 오면서 효재 좋아하는 담백한 누룽지도 직접 챙겨왔 다.
3 한입 가득 쌈 싸서 넣어주며 정을 나누는 두 사람.



서로의 감각을 열어준 김수미와 이효재의 특별한 인연

서울서 맛있다는 집, 첫 발걸음을 누구와 했었나 기억을 더듬어보면 늘 김수미 와 함께였다. 호텔의 고급 일식, 중식집에서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김치 달라 고 주문을 하는 뻔뻔한 자신을 보며, 이 못된 버릇을 언제 들였던가 생각해 봐 도 역시 그 자리에 김수미가 있었다. 어느 식당 주인이라도 대한민국의 일용 엄니가 주문하는 김치를 거절하지 못해 옆 가게에서라도 빌려오곤 했던 것. 이 효재에게는 음식에 대한 좋은 기억을 다 누리게 해준 김수미가 각별한 사람인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김수미의 음식에 길들여졌다고 말한다. 몇 해 전 김수미가 오래오래 아팠던 때, 이효재는 어느 호텔 로비에 서서 혼자 택시를 잡다가 흐 르지 않는 마른 눈물이 예고도 없이 고이는 걸 느꼈다. ‘내가 전에 여기에 누 구와 왔었지’ 생각하면 기억 속엔 죄다 김수미가 있으니 가슴이 먹먹해졌던 것. “선생님이 다시 부활하면 그 호텔, 그 식당 가서 선생님 생각났었다고 꼭 말하려고 했는데, 제가 그 말씀 한 번도 안 드렸죠?”

두 사람은 세월이 만들어준 사이다. 김수미는 이효재의 음식에 대한 안목에 불을 질렀고 맛에 대한 감각과 중독성을 키워준 사람. 반 면 드라마 출연 의상으로 십수 년 전 첫 인연을 맺은 이효재가 김수미에게는 ‘고운 것에 대한 안목을 열어준 사람’이다. 늘 “효재가 예쁘다고 하면 다 예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단다. 한여름 소낙비처럼, 느닷없고 반가웠던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고즈넉한 돌확에 마주 앉아 도란도란 그간 나누지 못한 얘기들을 꺼내놓았다.

하나같이 밥도둑, 김수미가 들고온 전라도 음식

돌미나리나물

무말랭이무침, 호박나물, 돌미나리나물, 오이장아찌, 멸치젓, 황석어젓, 나라스께 등 갖은 여름 나물과 젓갈류는 한여름철의 밥도둑이다.

  • 난이도
  • 열량 80kcal
  • 가격대 5000원 이하
  • 조리시간20분


돌미나리 300g, 소금 약간, 간장 1큰술, 다진 파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설탕 1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 1. 돌미나리는 흙을 털고 칼로 줄기의 밑동까지 잘라, 누런 잎과 지저분한 것을 떼어낸 다음 깨끗이 씻어서 가지런히 정돈해둔다.
  • 2.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1에서 손질한 돌미나리를 가지런히 모아 잡고 뿌리 쪽부터 넣은 다음, 불을 끄고 한 번만 뒤적여 건진다. 끓을 때까지 놓아두면 너무 물러서 맛이 없다.
  • 3. 데친 돌미나리는 곧바로 찬물에 담가 헹궈 물기를 꼭 짠 다음, 먹기 좋게 5~6cm 길이로 썬다. 데친 다음 바로 냉수에 담가야 파란색이 선명해진다.
  • 4. 썰어둔 돌미나리에 준비한 갖은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고루 무치고, 참기름을 넣는다.

    무말랭이무침, 호박나물, 돌미나리나물, 오이장아찌, 멸치젓, 황석어젓, 나라 스께 등 갖은 여름 나물과 젓갈류는 한여름철의 밥도둑이다.
    꽃게장

    4~5월 군산이나 서천 앞바다에서 잡은 꽃게로 담가야 가장 맛있다는 김수미표 꽃게장. 제 맛을 살리려면 너무 짜지 않게 담가야 하고 한약 재료를 넣으면 비린내를 줄일 수 있다.

    • 난이도
    • 열량 225kcal
    • 가격대 3만원 이하
    • 조리시간1시간 이상


    꽃게 8~10마리(2kg), 청장 3컵, 마늘 1통, 멸치장국 7½컵(국물용 멸치 200g, 물 1.5ℓ), 생강 2톨, 물엿 3큰술, 고추씨 ⅔컵, 멸치액젓 ¼컵, 소금 3큰술, 감초 10g, 당귀 10g, 대추 10개, 청주 2컵, 마른고추 2개


    • 1. 게는 살아 있는 것으로 준비해 끝 부분은 잘라낸 뒤, 껍데기째 솔로 문질러 씻어 깨끗이 헹군다. 세심하게 닦아 물기를 없앤다.
    • 2. 생강은 얇게 편으로 썰고, 마늘은 통으로 사용한다. 마른고추는 반으로 찢어 씨를 털어내고, 대추는 씻어서 물기를 닦아낸다.
    • 3. 냄비에 국물용 멸치와 물 1.5ℓ를 넣고 10여 분간 끓여 멸치는 건져내고 국물만 맑게 거른다.
    • 4. 냄비에 멸치장국과 청장을 부어 한소끔 끓인 뒤 2의 향신 채소와 청주, 물엿, 고추씨, 멸치액젓, 감초, 당귀, 대추를 넣어 은근한 불에서 6~7시간 이상 달인다.
    • 5. 4의 달인 장물이 맛이 충분히 나면 고운 망에 걸러 차게 식힌 뒤, 단지에 손질한 게를 차곡차곡 담고 차게 식힌 장물을 붓는다.
    • 6. 꽃게를 담은 단지의 장물을 따라내 냄비에 붓고 다시 끓인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불을 약하게 줄여 20분 정도 더 끓인다.
    • 7. 끓인 장물은 차게 식혀 다시 게장 단지에 붓는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흘간 더 반복한 뒤, 사흘 동안 익혔다가 꺼내 먹는다. 이때가 가장 맛이 좋다.

      4~5월 군산이나 서천 앞바다에서 잡은 꽃게로 담가야 가장 맛있다는 김수미표 꽃게장. 제 맛을 살리려면 너무 짜지 않게 담가야 하고 한약 재료를 넣으면 비 린내를 줄일 수 있다.


      김수미의 떡잡채

      조금 간간하게 만들어 반찬으로 먹어도 좋지만 손님 초대하는 상에 일품요리로 내놓으면 딱 좋은 음식. 김수미의 떡잡채는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 난이도
      • 열량 415kcal
      • 가격대 1만원 이하
      • 조리시간30분


      쇠고기(살코기) 300g, 양파 1개, 당근 ½개, 피망(빨강·초록) 각 ½개씩, 떡볶이 떡 1½팩 정도, 표고버섯 2봉지, 통깨 약간, 고기 양념장(간장 3큰술, 설탕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파 1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약간)


      • 1. 떡볶이 떡을 굵게 채치는 느낌으로 자른다. 너무 부드러우면 잘 안 썰어지니까 냉장고에 넣어서 약간 굳힌 다음 채쳐 놓는다.
      • 2. 쇠고기를 얇고 길게 채썰어서 분량의 양념장으로 재워 놓는다.
      • 3. 당근과 양파, 피망도 떡볶이 떡의 길이만큼 길게 채쳐 놓는다.
      • 4.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부터 볶은 후, 당근을 볶는다. 마지막으로 쇠고기를 볶는다(채소를 볶을 때는 소금을 조금씩 뿌리면서 볶는다).
      • 5.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붓고 간장과 설탕을 조금 넣고서 물에 한 번 씻은 떡을 넣고 볶는다. 떡이 어느 정도 노골노골해졌을 때 미리 볶아둔 채소와 고기를 넣는다. 간을 본 다음 싱거우면 소금을 넣고 간을 한다. 이때, 센불로 급히 해야 한다.
      • 6. 참기름과 통깨로 마무리한다.


        조금 간간하게 만들어 반찬으로 먹어도 좋지만 손님 초대하는 상에 일품요리로 내놓으면 딱 좋은 음식. 김수미의 떡잡채는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 었다.
        김수미의 오이소박이

        초여름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오이 소박이, 멸치액젓으로 양념한 파김치 등 갖은 김치를 싸들고 온 김수미. 다른 일엔 끄떡없어도 김치 안 주면 못 견딘다는 그녀다.

        • 난이도
        • 열량 25kcal
        • 가격대 3만원 이하
        • 조리시간1시간 이상


        다대기오이 10개, 굵은소금 1컵, 소(부추 200g, 쪽파 50g, 고춧가루 5큰술, 다진 마늘 4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설탕 1작은술)


        • 1. 오이는 껍질이 두껍지 않고 굵기가 고른 것으로 준비하여 굵은소금으로 문질러 씻은 뒤, 흐르는 물에 씻는다.
        • 2. 씻은 오이는 꼭지를 자르고 반으로 자른다. 끝 부분이 끊어지지 않도록 양끝을 1cm가량 남기고, 가운데 몸통 부분이 십자 모양이 되도록 세로로 두 번 칼집을 넣는다.
        • 3. 손질한 오이를 큰 볼에 담고, 굵은소금 1컵을 골고루 뿌린 뒤 물을 10컵 정도 부어 1~2시간 절인다.
        • 4. 부추와 쪽파는 깨끗이 다듬어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은 뒤, 잘게 송송 썬다(부추 풋내를 없애려면 양념 버무릴 때 설탕 1큰술을 넣어준다).
        • 5. 볼에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생강을 넣고 섞은 뒤, 부추와 쪽파를 넣고 수저로 버무리다 손으로 섞어준다. 처음부터 손으로 버무리면 풋내가 난다.
        • 6. 오이가 알맞게 절여져 칼집이 잘 벌어지면, 찬물에 헹궈낸 뒤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둔다.
        • 7. 물기를 뺀 오이를 엄지와 검지로 양끝을 눌러 칼집 사이가 벌어지도록 한 뒤, 소를 채워 넣는다.
        • 8. 오이의 칼집 사이에 소를 가득 채운 뒤, 손으로 가볍게 잡아주고 소가 빠져나오지 않게 단단히 뭉쳐주면서 모양을 잡아준다.
        • 9. 소를 채운 오이를 항아리에 담은 뒤 소를 버무린 그릇에 ½컵의 물을 부어 남은 소를 씻은 뒤, 그 물을 항아리에 붓고 실온에서 하룻밤 익힌다.


          초여름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오이 소박이, 멸치액젓으로 양념한 파김치 등 갖은 김치를 싸들고 온 김수미. 다른 일엔 끄떡없어도 김치 안 주면 못 견 딘다는 그녀다.


          기획 : 안지선ㅣ포토그래퍼 : 박상현 ㅣ여성중앙ㅣ스텝 : 요리_김수미ㅣpatzzi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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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전문 요리팁
          글쓴이 : 여성중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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