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

[스크랩]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고추장 두부조림

수원아지매* 2009. 5. 26. 15:20

별명이라는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유로 지어지기가 일쑤다.
이름을 이용해서 짓는 별명...
예를 들자면 방경태의 별명은 방귀, 고자영은 고자리(구더기의 방언) 이런 식이다.
또 하나는 생긴 모양새로 지어지는 것인데
탄감자, 불사과, 왕눈이, 호호아줌마, 미꾸라지 같은 것이 그것이다.
국민학교 때 내 첫 별명은 두부였다. 단지 얼굴이 허옇다 못해 핏기가 없어서 붙여진 것이다.
유난히 얼굴이 까만 꼬마들이 많이 뛰어노는 바닷가 동네였다.

 

나는 세상에서 두부 심부름이 제일 싫었다.
푸른빛이 돋는 반투명한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두부를 들고 집에 갈 때면
누구라도 만나지 않을까 괜스레 마음이 급해진다.
해서 그렇게 사 온 두부 반찬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내가 네모난 두부반찬을 잘 먹게 된 것은 이사 때문에 첫 번째 전학을 하게된 이후
다시는 '두부'라고 불리지 않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오랫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 어린 마음에도 민망하리만큼 부드럽고 따뜻한 맛이었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시장을 볼 때면 무조건 두부 한 모를 장바구니에 넣는다.
된장찌개에는 물론 어떤 찌개에 넣어도 따끈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니 쓰임새가 많고
어떤 양념과 어우러져도 본연의 맛은 잃지 않는 말랑말랑한 힘이 있으니
이런 식재료가 또 있을까 싶다.

 

두부를 요리할 때면 매번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수수함과 말랑말랑한 힘, 담백함과 꾸밈없음이 어우러져 묵직하게 자리 잡은 두부를 두고
부러움에 안타까운 마음이 되고 마는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고추장 두부조림

 

재료    단단한 두부 1모, 애느타리버섯 한 줌 (약 100g), 양파 1/3개, 쪽파 3대,
청고추 1개, 멸치다시마육수 200ml, 식용유(포도씨유나 까놀라유, 콩기름 등) 약간

 

양념장  고추장 2큰술, 간장 1큰술, 청주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마늘 1/2큰술, 참기름 1/2큰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전 팩에 들어 있는 두부 사용했어요.
손두부 쓰시려면 1/2모 분량입니다~

 

+ 버섯과 양파가 아니라 고기를 넣어도 좋아요.^^
쇠고기나 돼지고기 어떤 것을 사용하셔도 좋은데 대신 밑간 하시는 것 잊지 마세요.
약간의 청주와 간장, 다진마늘, 후춧가루로 밑간하시면 되겠습니다.

 

+ 전 쪽파를 갖고 있어서 사용했는데 대파 사용하셔도 맛있어요.
저도 대파로 더 자주 해먹습니다~

 

+ 모든 요리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육수가 필요해요.
멸치다시마육수 사용하시면 확실히 맛이 깊어집니다.
여의치 않으시면 잔멸치를 넣고 함께 조려보세요.
두부, 야채와 함께 조려진 잔멸치 먹는 맛이 쏠쏠하더라고요.^^

 

+ 두부는 굽는 과정에서 자꾸 뒤집으면 깨져요.
아랫부분이 노릇노릇할 때 뒤집어야 모양이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간장 두부조림 만들러 가기 =>

 

 


 

 

먼저 두부는 썬 다음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과 후추를 약간씩 뿌려서 밑간,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노릇하게 구워 한 쪽에 둔다.

 

 

 

버섯과 양파는 잘게 썰고 고추와 파는 송송 썰어 준비한다.
제시한 양념장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다시 빈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버섯과 양파를 볶다가 양념장을 넣어 살짝 볶는다.

 

 

 

 

멸치육수를 붓고 여기 구워둔 두부를 넣어 자작하게 조리다가
마지막으로 파와 고추를 넣고 살짝 조리면...

 

 

 

 

 

감칠맛 나는 고추장 두부조림 완성~^^

 

 

 

 

 

살짝 매콤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돌고 말랑말랑하기까지 하니  자꾸만 젓가락이 가는 반찬이다. 

 

 

두부같이 살고 싶다.
사람들 곁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주변을 살려내는 사람이면 좋겠다.
말랑말랑한 마음과 그 힘으로 보듬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두부의 간결한 모양새처럼 살았으면 한다.
내게 다시 두부라는 별명이 생긴다 해도 좋으리라.

 

출처 : 미즈쿡 레시피
글쓴이 : 기린나무 원글보기
메모 :